'너란 녀석'으로 깔끔하게 정의된 내 껍질은 결국 동화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본질을 반년이 채 지나기전에 옭아매 굳어버린 듯 하다. 여전히 치를 떨지만... 계절이 바뀌고 집주소도 바뀌었지만, 변하지 않는 이 '껍질'의 존재가 안타깝다. 그 존재는 현재의 주름을 더 깊게 칼질하고, 속죄란 큰 짐을 솜가방 적시 듯 담금질한다. 어깨가 떨어지고 허리가 꺾인다. 말투-생활패턴-습관마저 흔들리고, 꿈-기억-가치까지도 변화했다. 깊게 내린 뿌리까지 찍어내보려는 끊임없는 삽질은 오늘도 여전하고, 고사리 같은 발악은 내면의 타락, 서랍속 일기처럼 허락되지 않은 나락으로 추락 - 그것조차 소심한 거짓. 천사의 하나같은 표정보다 명백한 악마의 결백이 좋다고 했었나. 고도를 높이자, 눈부신 검정을 좇는 눈 먼 비행사처럼...